28호 PICK #1

맛ZINE’S PICK

오래된 브랜드의 이름에는 제품보다 더 많은 것이 쌓인다. 처음 햄버거를 먹었던 날, 친구를 기다리던 매장, 유행어가 된 광고 한마디처럼 각자의 시간이 그 이름에 겹쳐진다. 간판과 로고는 여러 번 바뀌었지만 ‘롯데리아’라는 이름은 세대마다 다른 장면으로 남아왔다. 1979년 첫 매장부터 오늘까지, 사람들이 기억해 온 롯데리아의 이름과 그 안에 쌓인 시간을 따라가 본다.


47년, 같은 이름 다른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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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년, 롯데리아가 한 대학 신문에 실은 광고에는 이런 문구가 적혀 있었다.

“젊음의 롯데리아! 꿈이 있고 사랑이 있는 롯데리아!” _1982년 대학 신문 광고

지금 읽으면 조금 낯 뜨겁다. 그러나 그 낯 뜨거움이 당대의 온도다. 롯데리아는 1979년 문을 연 이래 심벌을 세 차례 다듬었고, 2017년에는 회사 이름까지 바꿨다. 그러나 47년 동안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은 로고도 매장도 아니었다. 이 이름이 사람들에게 무엇이었는가가 달라졌다. 그리고 그 변화는 눈에 보이는 것들에 남아 있다.


5천 명이 지원한 카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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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년 10월 25일, 서울 소공동에 첫 매장이 문을 열었다. 햄버거 번을 만들어줄 곳이 없어 삼립식품을 끈질기게 설득하던 시절이었다. 개점 첫날 직원들은 회사 로고와 산양 마크가 새겨진 크린 캡을 쓰고 인파 사이를 오갔다.

이 매장은 국내 외식업계에서 처음으로 아르바이트생을 모집한 점포로 기록된다. 마흔세 명을 뽑는 공고에 오천 명 가까이 몰렸고, 영어와 일본어 회화까지 요구됐다. 카운터 뒤에 서는 일이 백 대 일이던 시절이다. 먹는 곳이기 이전에 한 번 서보고 싶은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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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의 기록은 ‘최초’로 이어진다. 업계 최초의 100호점 대학로점, 최초의 드라이브스루 명일DT점, 최초의 500호점 호남터미널점. 매장 안도 계속 바뀌어 1994년 인테리어를 통일한 뒤 스포츠와 헐리웃, 엔조이 콘셉트가 차례로 들어섰다. 사사는 청소년들에게 유행하는 분위기에 맞춘 결과라고 적는다. 그 시절의 유행이 매장 안에 있었다는 뜻이다.

메뉴도 한국 쪽으로 기울었다. 1986년 업계에서 처음 선보인 팥빙수는 이듬해 판매량이 열 배 가까이 뛰었다. 훗날에는 한반도 지도 위에 춘천닭갈비버거와 청양고추버거, 김치버거를 올린 ‘팔도버거 맛기행’ 광고가 나온다. 스스로를 한국 지도 위에 올려놓은 그림이었다.

점포가 900호에 이를 무렵, 사사는 전국 곳곳의 롯데리아가 국민들의 친근한 벗으로 자리 잡았으며 명실상부한 ‘국민 브랜드’의 시대를 열었다고 기록한다. 1998년 어린이날 하루에만 약 130만 명이 다녀갔고, 같은 해 전국 400여 개 점포에는 ‘사랑의 빵’ 저금통과 그날까지 모인 금액을 적은 고지판이 놓였다.


각자의 롯데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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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롯데리아

같은 간판을 두고도 사람들이 떠올리는 장면은 제각각이다. TV 앞에서 기억하는 쪽이 있다. 2012년 개그맨 김대희가 광고에서 던진 ‘’소고기 사묵겠’’는 그해 유행어가 됐고, 2015년에는 배우 김상중이 ‘그것이 알고 싶다’를 패러디한 광고에 나오면서 모짜렐라인더버거에 ‘김상중 버거’라는 별명이 붙었다. 회사가 붙인 이름이 아니다. 손님들이 부르기 시작했고 그대로 굳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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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롯데리아

매장에서 직접 한마디 해본 사람도 있다. 2014년 만우절, 직원과 손님이 ‘’불고기버거 먹으러 왔소!’’로 시작하는 문답을 주고받으면 버거를 줬다. 용기를 낸 손님들의 영상이 커뮤니티로 퍼졌고 그중 한 편은 조회수 43만 건을 넘겼다. 아르바이트생들 사이에 소문나 있던 조합을 그대로 제품으로 만든 ‘DOUBLE X2’에는 ‘아르바이트생들의 시크릿 레시피’라는 홍보 문구가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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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롯데리아

군복 차림으로 그 앞에 섰던 사람들도 있다. 2018년 제70주년 국군의 날, 현역 장병이 매장에서 ‘’충’’을 외치면 불고기버거 세트를 줬다. 이틀 동안 약 11만 명이 전국 1,300여 개 매장을 찾았다. 군인 다섯 중 한 명꼴이다. 하필 불고기버거였던 건 장병들이 휴가 때 가장 먹고 싶은 버거로 그것을 꼽았기 때문이었다. 어느 매장에서는 군인들이 바쁜 일손을 돕겠다며 패티를 날랐다.

기억이 매장 밖에 있는 사람도 있다. 2009년부터 롯데 자이언츠와 함께 연 유소년 야구교실에는 10년간 22만 명이 다녀갔다. 코치진이 전국 초등학교를 찾아가 야구와 티볼을 가르쳤고, 2013년에는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서울시교육청과 학교스포츠클럽 협약을 맺었다. 계산대 옆 모금함에 모인 돈은 서울대 어린이병원으로 갔다. 2008년부터 6년 동안 1억 2천만 원이 넘게 쌓였고, 열 명이 넘는 난치병 어린이가 수술을 받았다.

그리고 2017년 6월 30일, 38년 동안 한 번도 바꾸지 않았던 사명 ‘롯데리아’가 ‘롯데GRS’로 바뀐다. 6개월 전부터 전 직원이 공모전과 투표로 정한 이름이었다. 간판은 그대로 뒀다. 회사 이름은 서류에서 바뀌었고, 사람들이 부르는 이름은 길에 남았다.


한글에서 다시 시작한 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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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롯데GRS 디자인센터

2024년 7월, 브랜드 이미지가 12년 만에 바뀌었다. 새 슬로건은 ‘TASTE THE FUN’이었고, 대표 메뉴에는 ‘리아’가 붙어 불고기버거는 ‘리아 불고기’, 새우버거는 ‘리아 새우’가 됐다.

‘’약 45년간의 롯데리아 브랜드의 헤리티지를 유지하고 미래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강한 의지를 BI·워드마크·심볼 등에 담아내고자 했습니다.’’ _롯데GRS 관계자

새 심벌은 뜻밖의 곳에서 나왔다. 롯데GRS 디자인센터와 스튜디오 fnt가 함께 만든 이 심벌은 한글 자소를 재해석해 완성됐고, 목적은 한국 브랜드로서의 정체성 강화였다. 1988년의 로고가 ‘L’자 위에 영문을 올렸던 것을 떠올리면, 서구를 바라보던 간판이 사십여 년 만에 한국어 쪽으로 돌아선 셈이다.

매장 디자인 콘셉트의 이름도 슬로건에서 딴 ‘TTF’로 바뀌었다. 프랜차이즈의 통일성에서 벗어나 상권에 맞춘 구성을 하겠다는 것이 회사가 밝힌 방향이었다. 1994년 인테리어를 통일하며 시작한 브랜드가 30년 만에 반대편으로 돌아섰다. 그사이 롯데리아는 2025년 국가고객만족도조사 패스트푸드 부문에서 15년 연속 1위에 올랐다.


2024 BI, 롯데리아의 변화를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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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45년 넘게 이어온 브랜드의 얼굴을 다시 만드는 사람들은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바꾸려 했을까. 2024년 BI 리뉴얼 디자인 담당자에게 롯데리아가 쌓아온 브랜드 자산과 이를 새로운 시대의 디자인으로 연결한 과정에 대해 물었다.

Q1. 2024년 롯데리아 BI 리뉴얼을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고민했던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45년 가까이 이어져온 브랜드인 만큼, 기존 이미지를 유지하는 것과 새롭게 변화시키는 것 사이에서 어떤 고민이 있었는지도 궁금합니다.

가장 먼저 고민했던 건 “어디까지 바꾸고, 무엇을 남길 것인가”였습니다. 롯데리아는 45년 넘게 이어져 온 브랜드인 만큼, 기존 고객에게 익숙한 롯데리아의 정체성을 지키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당시 BI는 리뉴얼 이후 12년이라는 시간이 지났고, BI와 공간 리뉴얼이 서로 다른 시점에 진행되면서 브랜드와 공간이 하나의 경험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되지 못한 부분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바꾸기보다는, 기존의 브랜드 자산을 살리면서 브랜드와 공간을 하나의 체계로 연결하고 다양한 매장과 글로벌 환경에도 확장 가능한 디자인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을 리뉴얼의 출발점으로 삼았습니다.

Q2. 당시 디자인팀에서는 오랜 시간 쌓여온 ‘롯데리아다움’을 어떻게 정의했나요? 여러 브랜드 자산 가운데 반드시 이어가야 한다고 생각했던 요소가 있었다면 함께 말씀 부탁드립니다.

저희가 생각한 ‘롯데리아다움’의 핵심은 친근함과 즐거움이었습니다. 롯데리아는 오랜 시간 다양한 세대의 일상과 함께해 온 브랜드인 만큼, 누구나 편하게 방문해 기분 좋은 한 끼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이 롯데리아만의 강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디자인을 전개할 때도 재미있고 친근한 제품 아이콘을 적극 활용했고, 기존 자산인 한글 자소 그래픽 역시 한국적 정체성을 보여주는 고유한 자산으로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이어가고자 했습니다.

Q3. 최근 미국 매장에 한글 로고를 적용하게 된 배경이 궁금합니다. 한글을 디자인의 출발점으로 삼은 이유와 이를 통해 강조하고자 했던 롯데리아의 정체성은 무엇이었나요?

이번 리뉴얼에서는 기존 심볼의 L과 O, 레드와 옐로우 컬러를 이어가는 한편, 한글을 롯데리아의 중요한 브랜드 자산으로 적극 활용하고자 했습니다. 영문 워드마크와 일관성 있는 스타일로 볼드하고 시인성 높은 한글 워드마크를 새롭게 다듬은 것인데요.

롯데리아는 한국에서 시작해 오랜 시간 성장해 온 브랜드인 만큼, 미국 시장에서도 한글을 당당하게 보여주는 것이 차별화된 경쟁력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또한 한글이 가진 조형적인 아름다움은 현지 교민에게는 친숙함을, 현지 고객에게는 호기심과 새로운 매력을 전달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메인 사인은 영문 로고를 사용하되, 고객이 매장에 접근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한글을 접할 수 있도록 출입구 상부에 한글 로고 사인을 배치했습니다. 이를 통해 ‘한국에서 온 진짜 K-버거 대표 브랜드’라는 정체성과 이미지를 제대로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Q4. 이전 BI와 비교했을 때 2024년 리뉴얼에서 가장 크게 달라진 부분은 무엇인가요? 로고나 워드마크 같은 시각적인 변화뿐 아니라, 브랜드가 소비자에게 보여주고자 한 이미지의 변화도 함께 설명 부탁드립니다.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심볼에 담긴 의미의 변화입니다. 기존 심볼의 L, O가 각각 ‘브랜드’와 ‘제품’을 의미했다면 새로운 심볼에서는 이를 ‘브랜드’와 ‘고객’으로 재정의했습니다. 고객을 브랜드와 동등한 위치로 두면서, 브랜드 경험에서 고객의 중요성을 더욱 강조하고자 했습니다.

또한 BI뿐 아니라 패키지, 그래픽, 매장 공간까지 하나의 디자인 방향으로 연결하면서 고객이 매장을 인지하고 방문해 주문하고 머무르는 전 과정에서, 어느 접점에서든 자연스럽게 동일한 롯데리아의 인상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시각적으로는 심볼과 워드마크를 보다 간결하고 명확하게 다듬어 시인성을 높이고, 기존의 레드와 옐로우 컬러도 채도와 명도를 세밀하게 조정해 보다 생동감 있고 밝은 이미지로 변화시켰습니다. 또한 메뉴를 모티프로 한 그래픽을 활용해 롯데리아만의 친근하고 즐거운 이미지를 확장했습니다. 이를 통해 기존의 친근함과 대중성은 유지하면서도, 보다 젊고 개성 있으며 고객을 기분 좋게 환대하는 브랜드로 보이길 바랐습니다.

Q5. 새롭게 바꾸면서도 의도적으로 유지하거나 계승한 요소도 있었나요? 오랜 고객들이 익숙하게 느껴온 롯데리아의 이미지를 이어가기 위해 디자인적으로 고려했던 부분이 궁금합니다.

계승해야 할 요소는 비교적 분명했습니다. L과 O의 형태, 레드·옐로우 컬러처럼 오랫동안 롯데리아를 직관적으로 떠올리게 해온 요소는 꼭 지켜야 할 브랜드 자산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이를 그대로 사용하는 대신 보다 간결하고 명확하게 다듬고, 재미있고 친근한 그래픽과 한글을 활용한 커뮤니케이션 방식 역시 새롭게 재해석했습니다.

결국 과거의 모습을 그대로 반복하기보다, 익숙한 롯데리아의 인상은 유지하면서 지금의 고객에게 새롭게 느껴질 수 있도록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Q6. BI 리뉴얼 과정에서 과거 롯데리아의 로고, 광고, 매장 디자인 등 기존 브랜드 아카이브도 참고했나요? 특히 인상 깊었던 과거 디자인 자산이나 현재 BI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준 요소가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네, 새로운 디자인을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과거의 디자인과 브랜드가 쌓아온 자산을 이해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기존 브랜드 아카이브도 참고해 리뉴얼을 진행했습니다. 다만 과거의 디자인을 그대로 재현하기보다는, 오랜 시간 쌓아온 자산 가운데 지금도 롯데리아를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요소가 무엇인지 다시 살펴보는 방식으로 접근했습니다.

여러 시기의 로고와 그래픽, 매장 디자인을 살펴보면서 시대에 따라 표현 방식은 달라졌지만, 친근하고 유쾌한 브랜드의 태도는 꾸준히 이어져 왔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결국 아카이브를 살펴보는 과정은 과거의 특정 디자인을 다시 가져오기보다, 롯데리아가 오랫동안 지켜온 본질이 무엇인지 확인하고 이를 지금의 시각 언어로 다시 해석하는 과정에 가까웠던 것 같습니다.

Q7. 2024년에는 대표 메뉴명에도 ‘리아’가 적용되는 등 브랜드명 자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변화가 있었습니다. 디자인팀에서는 ‘롯데리아’ 또는 ‘리아’라는 이름을 어떤 브랜드 자산으로 바라봤는지 궁금합니다.

‘롯데리아’라는 이름 자체가 이미 오랜 시간 고객과 쌓아온 굉장히 강한 자산이라고 생각합니다. 그중에서도 ‘리아’는 짧고 기억하기 쉬우면서 롯데리아를 자연스럽게 연상시킬 수 있는 고유성이 높은 표현이라는 점에서 활용 가능성이 크다고 봤습니다.

2024년 브랜드전략팀에서 대표 메뉴명에 ‘리아’를 활용하기 시작했고, 디자인팀에서는 이러한 흐름을 시각적인 브랜드 경험으로 연결하고자 했습니다. 이에 전용 서체의 이름을 ‘리아체’로 정하고, 한글 중심의 디자인을 통해 롯데리아의 한국적 정체성과 친근하고 활기 있는 이미지를 담아냈습니다.

이처럼 다양한 고객 접점에서 ‘리아’를 지속적으로 경험하다 보면, 장기적으로는 ‘리아’라는 단어 자체가 롯데리아를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하는 하나의 브랜드 언어로 자리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8. 새롭게 정립한 BI가 실제 매장 간판이나 패키지, 각종 고객 접점에 적용됐을 때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이 있었나요? 디자인 화면에서 보던 결과물이 실제 공간과 제품에 적용됐을 때 느꼈던 점도 함께 듣고 싶습니다.

아무래도 새 디자인이 처음 적용된 서울대입구역점이 실제로 오픈했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그전까지는 리뉴얼된 로고와 그래픽, 패키지 등을 화면과 목업으로 확인해왔는데, 실제 매장에서 각각의 요소가 하나의 브랜드 경험으로 연결된 모습을 처음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이번 프로젝트는 BI와 SI를 ‘기분 좋게 반겨주는 경험’이라는 하나의 방향 아래 함께 개발했기 때문에, 사이니지에서 시작해 주문 공간, 좌석, 패키지까지 동일한 브랜드의 인상으로 이어지는 모습을 보며 우리가 의도했던 방향이 실제 공간에서 구현으로 이어짐을 실감하였습니다.

이 경험을 통해 디자인은 단순히 보기 좋은 것에 그치지 않고, 고객이 실제로 이용하는 과정과 경험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Q9. 오랜 역사를 가진 브랜드의 가장 최근 이미지를 만든다는 점에서 담당자로서 가장 어려웠던 부분이나 기억에 남는 고민은 무엇이었나요?

가장 어려웠던 건 오랜 브랜드의 익숙함을 지키면서도, 이를 다양한 매장 환경에 실제로 적용할 수 있는 디자인 시스템으로 만드는 일이었습니다. 45년 넘게 이어진 브랜드이다 보니 누군가에게는 기존 로고나 컬러, 매장의 모습 자체가 롯데리아에 대한 추억일 수 있습니다. 반면 새로운 세대에게는 오래된 이미지에 머무는 브랜드가 아니라 선택하고 싶은 브랜드로 보여야 했습니다.

또 단순히 보기 좋은 디자인을 만드는 것만으로 끝나는 프로젝트도 아니었습니다. 전국의 직가맹 매장에 안정적으로 적용할 수 있어야 하고, 소형점이나 일반점, 드라이브스루 등 다양한 매장 환경에도 유연하게 대응해야 했고, 향후 글로벌 시장까지 확장할 수 있는 범용성도 함께 고려해야 했습니다. 당시에는 매장별 이미지 편차, 다양한 가맹 환경, 글로벌 적용 가능성까지 동시에 해결해야 한다는 점이 큰 과제였습니다.

이러한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롯데리아만의 고유한 자산과 친근함은 유지하되, 브랜드와 공간 전반에 공통으로 적용할 수 있는 디자인 원칙과 시스템을 정립했습니다. 특정 매장이나 유행에 한정된 디자인이 아니라, 다양한 환경에서도 일관된 롯데리아의 경험을 전달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Q10. 2024년 BI 리뉴얼을 통해 앞으로의 롯데리아가 소비자에게 어떤 브랜드로 보이길 바랐나요? 과거의 롯데리아와 비교했을 때 앞으로 더 강화하고 싶었던 이미지가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롯데리아가 단순히 오래된 국내 버거 브랜드가 아니라, 오랜 시간 한국의 버거 문화를 만들어온 브랜드라는 점이 더 분명하게 보이길 바랐습니다. 그래서 기존의 친근함과 대중성은 유지하되, 그 위에 보다 젊고 개성 있는 이미지와 한국적인 정체성을 더해 롯데리아만의 차별성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실제로 이번 리뉴얼에서는 한글 워드마크와 제품 일러스트 그래픽, 보다 생동감 있는 컬러 시스템 등을 통해 롯데리아만의 정체성을 더욱 분명하게 표현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국내에서는 익숙하지만 새롭게 느껴지는 브랜드, 해외에서는 한국적인 정체성이 확실한 K-버거 브랜드로 인식되기를 기대했습니다. 어디에서 만나더라도 친근하면서도 롯데리아다운 인상이 느껴지고, 일관된 브랜드 경험을 전달하는 브랜드로 성장하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Q11. 현재 적용되고 있는 BI 요소 가운데 담당자로서 가장 애착이 가는 부분을 하나 꼽는다면 무엇인가요? 그 이유도 궁금합니다.

가장 애착이 가는 요소는 메뉴를 모티프로 한 그래픽과 일러스트입니다. 롯데리아의 대표 제품을 직관적이고 친근하게 표현할 수 있어 홍보물뿐 아니라 매장 내 다양한 그래픽 요소로 폭넓게 활용하고 있습니다. 이 그래픽은 롯데리아만의 즐겁고 친근한 이미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브랜드 자산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이 요소들은 굿즈로 확장하기에도 적합합니다. 매장에서만 접하는 디자인에 그치지 않고, 고객이 직접 소장하고 일상에서 사용할 수 있는 굿즈로 이어지면 브랜드와 만나는 접점도 자연스럽게 넓어질 수 있습니다. 앞으로 다양한 굿즈를 통해 더 많은 고객이 롯데리아만의 그래픽을 경험하고, 브랜드에 대한 친밀감을 높이는 데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12. 시간이 더 흘러 사람들이 지금의 롯데리아 로고와 매장을 돌아보게 된다면, 어떤 모습으로 기억되었으면 하나요?

이번 리뉴얼이 단순히 “2024년에 로고를 한번 바꿨다”는 변화로 기억되기보다는, 롯데리아가 다음 시대로 넘어가기 위해 브랜드의 모습을 새롭게 정리한 하나의 전환점으로 기억됐으면 합니다.

오랜 시간 쌓아온 친근함과 헤리티지를 이어가면서, 과거의 브랜드 자산을 지금의 언어로 다시 연결하고 앞으로의 확장을 준비한 시기였다고 생각합니다. 시대가 바뀌면 디자인의 표현 방식은 또 달라질 수 있겠지만, ‘UNIQUE & FUN’이라는 브랜드의 개성과 ‘기분 좋게 반겨주는 경험’이라는 롯데리아의 방향성은 계속 이어졌으면 합니다. 지금의 디자인이 롯데리아의 긴 여정 속에서 브랜드의 정체성을 더욱 선명하게 만든 하나의 전환점으로 기억되면 좋겠습니다.


각자의 기억 속에 남은 롯데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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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0월 서울 성수동에 연 팝업스토어의 3층은 45주년 존이었다. 과거의 광고들이 미디어 아트로 재생되고 있었고, 한쪽에는 AI 미러 포토 키오스크가 놓여 있었다. 방문객이 그 앞에 서면 옛 이벤트의 시대 배경 안에 자기 얼굴이 합성된 사진이 나왔다.

브랜드가 자기 과거를 꺼내 전시하자 사람들은 그 안에 자기 얼굴을 넣어 가져갔다. 롯데리아의 자산이기 이전에 한 세대가 공유해온 배경화면이었고, 모두가 각자의 롯데리아를 품에 안고 돌아갔다.

회사의 이름은 롯데리아에서 롯데GRS로 바뀌었고, 브랜드의 간판과 BI도 시대에 따라 모습을 달리해 왔다. 바뀌지 않은 것은 그 앞에서 누군가를 기다려본 사람들의 기억이다. 1년 후, 10년 후의 우리는 롯데리아를 또 어떻게 기억하게 될까.

롯데 맛진 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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