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호 LIFE #1

LIFE

귀여운 건 괜히 열어보게 된다. 작은 상자 하나인데도 이상하게 그냥 지나치기 어렵다. 스티커, 키링, 작은 장난감 같은 것들이 들어 있고, 대신 내가 가져온 작은 물건 하나를 넣어 두면 된다. 요즘 SNS에서 퍼지고 있는 트링킷 박스 이야기다.


작은 상자 속 우리들의 취향
‘트링킷 박스’에 주목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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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phxtrinkettrade

요즘 SNS에는 손바닥만 한 작은 상자가 자주 등장한다. 뚜껑을 열면 안에는 반짝이는 귀걸이, 작은 피규어, 오래된 티켓, 친구에게 받은 편지 같은 물건들이 들어 있다. 어떤 상자에는 조개껍데기나 빈 향수병, 작은 리본이 담겨 있고, 또 어떤 상자에는 여행에서 가져온 기념품이나 좋아하는 캐릭터 스티커가 모여 있다.

이런 상자를 바로, ‘트링킷 박스(Trinket Box)’라고 부른다. 영어로 ‘trinket’은 장식용 소품이나 작은 기념품을 의미한다. 말 그대로 사소하지만 버리기 아까운 작은 물건들을 보관하는 상자다. 최근 SNS에서는 이 트링킷 박스를 꾸미거나 내부를 공개하는 콘텐츠가 하나의 라이프스타일 트렌드처럼 확산되고 있다. 누군가에게는 단순한 수납함일 수 있지만, 요즘 세대에게는 취향과 기억을 교환하는 작은 공간이 되었다.


작은 물건을 교환하는 새로운 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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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phxtrinkettrade

트링킷 박스 트렌드는 최근 틱톡을 중심으로 빠르게 퍼지고 있다. 영상 속에서는 사람들이 거리나 매장, 공원 등에 놓인 작은 상자를 발견한다. 그리고 그 안에 있는 물건 하나를 가져가고 대신 자신이 준비한 작은 소품 하나를 넣는다. 이때 지켜야 하는 규칙은 단 하나다. “Give a Trinket, Take a Trinket.” 하나를 가져가면 하나를 남겨 두는 것. 누군가는 스티커를 넣고, 누군가는 작은 키링이나 피규어를 남긴다. 그렇게 상자 안의 물건들은 계속 바뀌며 낯선 사람들 사이에서 작은 교환이 이루어진다. 최근 미국 여러 도시에서는 이런 트링킷 박스를 발견했다는 틱톡 영상이 수백만 조회수를 기록하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사소한 물건’이 중요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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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Make memorento

흥미로운 점은 트링킷 박스에 담긴 물건들이 대부분 큰 가치가 있는 물건은 아니라는 것이다. 값비싼 보석이나 고가의 기념품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생긴 작은 물건들이다. 좋아하는 아이돌의 포토카드 한 장, 여행지에서 구매한 기념품, 키링이나 작은 장난감 같은 것들이다. 이런 물건들은 금전적인 가치보다는 기억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래서 트링킷 박스는 단순히 물건을 보관하는 공간이라기보다 개인의 기억을 모아 두고 교환하는 작은 아카이브에 가깝다. 최근 라이프스타일 콘텐츠에서 ‘감성 소비’라는 표현이 자주 등장하는 것도 이런 흐름과 관련이 있다. 물건 자체보다 그 물건이 담고 있는 경험과 이야기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소비 방식이다.

이 문화는 최근 오프라인 공간으로도 확장되고 있다. 소품샵이나 카페에서는 매장 한쪽에 트링킷 박스를 비치해 두고 방문객들이 자유롭게 작은 물건을 교환할 수 있도록 운영하기도 한다. 손님들은 상자 속 물건 하나를 가져가고 대신 자신이 아끼는 작은 소품을 넣는다. 그렇게 상자는 계속 새로운 물건들로 채워진다. 작은 교환 문화이지만 그 안에는 낯선 사람들과 연결되는 경험이 담겨 있다.


‘작은 것의 시대’가 만든 트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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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Street H

이런 트렌드는 최근 라이프스타일 변화와도 연결된다. 거창한 취미나 큰 소비보다 작은 즐거움을 찾는 문화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커다란 컬렉션을 만들기보다 작은 물건을 하나씩 모으거나, 일상의 순간을 기록하는 방식의 취미가 늘고 있다.

필름 카메라, 다이어리 꾸미기, 미니어처 소품 수집 같은 취미 역시 같은 흐름 속에 있다. 트링킷 박스 역시 이러한 ‘소소한 취향 문화’의 연장선에 있다. 손바닥만 한 상자 하나로도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사소하지만, 나에게는 의미 있고 중요한 물건은 그 자체로 나의 소중한 취향의 증거가 된다.


결국 중요한 것은 ‘물건’이 아닌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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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temu

트렌드는 언제나 빠르게 바뀐다. 하지만 트링킷 박스가 사람들에게 흥미롭게 느껴지는 이유는 단순하다. 상자 안에는 거창한 물건이 아니라 사소하지만 개인적인 이야기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남긴 작은 키링 하나, 여행에서 가져온 조개껍데기 하나. 그렇게 남겨진 물건들은 또 다른 누군가에게 새로운 기억이 된다. 어쩌면 트링킷 박스는 낯선 사람들 사이에서 작은 경험을 나누는 방식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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