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 4월호 EAT #2

EAT

요즘 음식 유행은 꽤 예측하기 어렵다. 어제는 두쫀쿠, 오늘은 봄동 비빔밥. 달콤한 디저트에서 시작된 관심이 어느 순간 제철 채소로 옮겨간다. 전혀 다른 음식처럼 보이지만, 이 흐름 속에는 공통된 이유가 있다.


‘두쫀쿠’에서 ‘봄동’까지,
요즘 푸드 트렌드가 만들어지는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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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SNS 피드를 점령했던 이미지가 있다. 동글동글 귀엽게 생겼으나, 구하기도 쉽지 않고 재료 수급이 어려워진 탓에 가격도 꽤나 부담이 되던 디저트. 이른바 ‘두쫀쿠(두바이 쫀득 쿠키)’다. 한 입 베어 물면 쫀득한 식감을 자랑하는 두쫀쿠는 그야말로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구매 자체가 어려워지자 줄을 서서 사 먹는 ‘오픈런’ 문화까지 더해지며 두쫀쿠는 순식간에 하나의 사회적 현상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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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새 SNS의 풍경이 달라졌다. 달콤한 디저트 대신 큼직한 그릇에 담긴 흰 쌀밥 위에 싱싱한 봄동 겉절이를 한 움큼 올려 비벼 먹는 장면이 자주 등장한다. 바야흐로 ‘봄동 비빔밥’의 유행. 그야말로 ‘두쫀쿠’ 가고 ‘봄동’이 왔다. 디저트에서 시작된 유행이 어느 순간 제철 채소로 옮겨온 셈이다. 대체 어떻게 이렇게 옮겨온 것일까? 얼핏 보면 전혀 다른 음식처럼 보이지만, 이 두 가지 사례는 지금 한국의 푸드 트렌드가 만들어지는 방식을 흥미롭게 보여준다.


음식은 이제 ‘콘텐츠’로 유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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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zziu_and_ezzi

최근 음식 유행의 출발점은 대부분 SNS다. 짧은 영상과 이미지 중심의 플랫폼에서 음식은 단순한 ‘맛’의 대상이 아니라 시각적인 경험으로 소비된다. 크림이 흘러내리는 순간, 치즈가 늘어나는 장면, 혹은 한 숟가락 가득 담긴 비빔밥의 색감까지. 이런 장면들은 알고리즘을 타고 빠르게 확산되며 특정 메뉴를 순식간에 전국적인 유행으로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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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beombee2

두쫀쿠 역시 이러한 구조 속에서 탄생한 대표적인 사례다. 맛이 궁금해지는 비주얼과 쫀득한 식감, 그리고 ‘먹어봐야 한다’는 경험 욕구까지 결합되며 매우 짧은 시간 내 소비자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음식이 콘텐츠가 되는 순간, 유행의 속도는 그 어느 때보다 빨라진다.


오래된 음식이 다시 트렌드가 되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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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KBS 한국방송 유튜브

흥미로운 점은 봄동 트렌드의 시작 방식이다. 최근 SNS에서 화제가 된 봄동 비빔밥 영상의 출처는 최신 콘텐츠가 아니라 약 18년 전 방송된 예능 프로그램이었다. 과거 방송 장면이 숏폼 영상으로 재편집되어 다시 확산되면서, 봄동 비빔밥은 갑작스럽게 ‘지금 꼭 먹어봐야 할 음식’으로 떠올랐다. 새로운 메뉴가 등장한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던 음식이 새로운 방식으로 발견된 셈이다. 이는 최근 트렌드가 반드시 ‘새로운 것’에서 시작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오히려 과거의 콘텐츠나 익숙한 음식이 SNS 환경 속에서 다시 재해석되며 새로운 유행으로 떠오르는 경우가 늘고 있다.


사람들이 다시 ‘제철’을 찾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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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봄동이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또 하나의 이유는 ‘제철’ 키워드와도 연결된다. 최근 MZ세대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특정 계절에만 경험할 수 있는 음식이나 활동을 찾는 경향이 점점 강해지고 있다. 기후 변화로 계절의 경계가 흐려지고 일상적인 식재료가 사계절 내내 유통되는 시대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오히려 ‘지금 아니면 먹을 수 없는 것’을 더 찾기 시작한 것이다. 봄동은 겨울 끝자락부터 초봄 사이 짧은 기간에만 수확되는 채소다. 그래서 봄동을 먹는 경험은 단순히 채소를 소비하는 행위를 넘어 시간의 변화를 체감하는 계절을 즐기는 낭만적인 방식이 된다.


유행하는 음식은 작은 공동체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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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위버스

이러한 음식 트렌드는 사람들을 작은 공동체로 묶어 주기도 한다. 두쫀쿠를 먹기 위해 줄을 서고, 친구와 나눠 먹고, SNS에 인증 사진을 올리는 경험. 혹은 “요즘 봄동 비빔밥 먹어봤어?“라는 질문으로 시작되는 대화까지. 최근 해외에서 유행하는 ‘버터런(Butter Run)’ 트렌드도 비슷하다. 지퍼백에 생크림을 넣어 꼼꼼하게 밀봉한 뒤 러닝 배낭에 넣고 러닝을 하는 것. 운동이 끝난 후 지퍼백을 열면, 생크림이 흔들리며 버터가 만들어진다. 버터런 트렌드는 러닝이라는 취미를 공유하는 이들 사이에서 큰 호응을 얻으며 인증 콘텐츠가 SNS 상에서 빠르게 퍼지고 있다.

이제, 음식을 즐기는 과정은 단순히 소비하는 것을 넘어 같은 시기를 살아가는 사람들 사이의 공감대가 된다. 그래서 최근의 음식 유행은 때로 하나의 사회적 이벤트처럼 작동했다. 특정 메뉴를 먹어봤다는 경험 자체가 하나의 문화적 코드가 되기 때문이다.


결국 남는 것은 음식보다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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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대부분의 음식 트렌드는 두쫀쿠가 그랬듯, 그리 오래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다. 새로운 메뉴가 등장하면 관심은 빠르게 이동하고, 어제의 유행은 곧 잊히기 마련이니까. 하지만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것은 하나다. 사람들이 무엇에 호기심을 느끼고, 어떤 경험을 공유하고 싶어 하는지에 대한 단서. 달디단 디저트였던 두쫀쿠와 제철 채소 요리인 봄동 비빔밥은 서로 다른 음식이지만, 지금의 한국 푸드 트렌드가 어떤 방식으로 만들어지는지를 흥미롭게 보여주는 사례 아닐까?

매일 먹어야 하는 음식은 가장 일상적인 소비이지만, 그렇기에 가장 빠르게 시대의 감각을 반영한다. 어쩌면 오늘 SNS에서 유행하고 있는 음식들은 지금 우리가 어떤 방식으로 삶을 보내고, 먹고, 경험하고, 공유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정확한 풍경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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